2024년 10월 4일 금요일

[(소설) 벌레: 프랑스의 둥지편]-(202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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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시작: 2024.10.02/수요일/AM 01:52)
(기록 완료: 2024.10.02/수요일/AM 02:52)
(1차 수정 시간: 2024.10.02/수요일/PM 10:16)
(2차 수정 시간: 2024.10.03/목요일/AM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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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벌레: 프랑스의 둥지편]-(2024.10.02)
['차단용 토끼'의 소설 시리즈: 016번]






[도입부: 낭트의 침묵]

타워 전투수색대는 멸망한 프랑스에 긴급 투입되었다. 프랑스가 완전히 멸망했다는 정보는 없었고, 그저 이상한 
소문들만 돌고 있었다. "프랑스에 간 비행기들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이 군 내부에서도 떠돌았다. 심지어 주요 
방송국조차 송신이 끊기고, 화면대기 상태로만 전파가 송출되었다.


타워전투수색대의 최고 책임자인 발터 중령은 사무실 책상에서 조용한 상념에 빠지며 혼잣말을 했다.

"차단용 토끼라.. 프랑스가 침묵에 빠진 이유가 그 때문인가? 백악관의 회의실에서는 미묘한 말이 들렸지.
South Korea의 차단용 토끼라는 인물과 일단의 여자들이 모든 일들의 원인이고 그들을 감시해야 한다고 
그리고 프랑스도 그 일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토끼라 무슨 암호명인가... 흠."

"어쨌든 선발된 전투수색대가 도착하면 알 수 있겠지. 주사위는 던져졌다."


작전 브리핑에서 지휘관이 소대원들에게 말했다.

"프랑스는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다. 단지 우리가 가진 정보는 그곳으로 향한 비행기들이 전부 실종되었다는 
것뿐이다. 우리가 직접 가서 확인해야 한다."

중국에서 온 수면병 소식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이 질병은 사람들이 갑자기 기절하듯이 잠에 빠져들게 만들었고, 
유럽 전역으로 퍼져갔다. 이 병에 걸리면 하루의 90%를 잠들어 보내야 했다. 유럽은 국가적 마비 상태에 빠졌고, 
그로 인해 프랑스에 대한 지원이나 대응도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래도 다행인 건," 루게릭 대위가 말문을 열었다. "아시아 쪽에서는 이미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해야 할 임무는 생존자를 찾는 것이다."

전투수색대는 낭트에 투입되었다. 아메리카 대륙은 아직 안전지역이었고, 그중에서도 미국은 가용 가능한 전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들은 급히 수색대를 구성하여 프랑스에 보냈고, 낭트는 그들의 첫 번째 목적지였다.

헬리콥터 안에서 병사들은 긴장 속에 무거운 침묵을 유지했다.

"이렇게 조용할 줄은 몰랐습니다, 대위님," 병사 중 한 명이 속삭였다. "보통 이렇게 큰 작전이 있으면 떠들썩할 
텐데… 무언가 심상치 않습니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건 맞다." 루게릭 대위는 창문 밖으로, 어둠 속에 묻힌 낭트를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하지만 
우리는 답을 찾아야 한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의 눈앞에 보이는 낭트는 죽음처럼 고요했다. 건물들은 그대로였으나, 그 안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흔적은 
없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도시.








[중반부-1: 어린 여자 아이와 벌레굴]

타워 전투수색대는 낭트에 상륙하고 생존자를 찾기 위해 분주했다. 그러나 그들이 발견한 생존자는 어린 여자아이와 
장님이 된 여성 한 명뿐이었다. 이 여성은 극심한 싫어증에 시달리는 상태였다. 수색대는 이 이상한 상황에 당황했지만, 
곧 더 중요한 문제에 직면했다.

80여 명 규모의 중대로 구성된 타워 전투수색대는 낭트의 '샤토 데 두크 드 브르타뉴' 성에 본부를 설치했다. 그들은 
성을 중심으로 진지와 초소를 마련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며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수색을 
해도 다른 생존자는 보이지 않았고, 적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적막한 도시 속에서 들리는 건 여자아이의 
공포스러운 말뿐이었다.

어린 여자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외쳤다.

"하늘의 사람들이… 그들이 모든 것을 잡아먹을 거에요. 아무도 못 피할 거에요!"

그녀의 말을 들은 병사들은 어리둥절했지만, 아무도 이 아이의 말을 깊이 신뢰하지 않았다.

"하늘의 사람들?" 한 병사가 중얼거렸다. "뭐라는 거야, 저 꼬맹이."

루게릭 대위가 이를 진정시키려 했다. "진정해, 이건 단순한 공포 반응일 수도 있다. 아이가 충격을 받아서 헛소리를 
하는 걸 거야."

밤이 되자 더욱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어린 여자아이와 장님이 된 여성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대위는 두 분대를 
나누어 수색을 시작했다. 자칼 분대는 성 주변을, 뻐꾸기 분대는 도시의 건물들을 탐색하기로 했다.

자칼 분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아이와 장님인 여성을 성 근처의 어두운 골목에서 발견했다. 그들은 겁에 질려 
숨어 있었지만, 신체적으로는 다친 곳은 없었다.

한 병사가 다가가 말했다. "괜찮아, 우리가 널 찾았어. 더 이상 무서워할 필요 없어."

하지만 여자아이는 눈을 치켜뜨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늦었어요… 그들이 곧 올 거에요… 하늘의 사람들이…"

같은 시각, 뻐꾸기 분대는 수색 도중 오래된 건물의 지하에 숨겨진 굴을 발견했다. 그곳에서 심상치 않은 악취와 
함께 사람들의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여긴 대체 뭐지? 이건… 사람이 너무 많아. 마치 도살장 같군…" 분대장 크리스토프 중사가 입을 굳게 다물고 말했다.

그 순간,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분대원들은 긴장하며 무기를 장전했다. 그들이 불빛을 굴 속 깊은 곳으로 
비추자, 수천 마리의 벌레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후퇴해! 이건 단순한 동물이 아니야!" 크리스토프 중사가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벌레들은 분대를 포위했고, 전투가 
시작되었다.

분대원들은 필사적으로 싸웠지만 벌레들의 압도적인 수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들은 본부에 무전을 시도했지만, 
동굴 안에서는 통신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전멸하기 직전까지 그들은 벌레들의 정체와 위험성을 전혀 알리지 못한 
채 사라져갔다.

본부는 뻐꾸기 분대와의 마지막 연락 이후 어떠한 정보도 받을 수 없었다.








[중반부-2: 벌레굴의 위협]

뻐꾸기 분대가 실종된 후 타워 전투수색대는 극도의 긴장감 속에 빠져들었다. 본부에 있는 모든 병사들은 실종된 
분대와의 마지막 통신 이후 아무 소식도 들리지 않자 불안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었다.

본부에서는 지휘관인 루게릭 대위가 서둘러 결정을 내렸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모든 병력을 투입해 뻐꾸기 분대를 찾아야 한다!" 루게릭 대위는 본부 내에 있는 장교들과 
병사들을 바라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본부와 최소 인원만 남기고, 나머지 전원 출동시킨다."

그러나 부하 장교들은 대위의 무리한 명령에 즉각 반발했다.

"대위님, 너무 위험합니다. 분대 하나가 실종됐습니다. 뭔가 이상한 게 분명합니다. 우리 전 병력을 한꺼번에 투입하는 
건 지나친 위험입니다!" 한 부하 장교, 카스트로 중위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이 상황에서 병력을 나눠 수색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상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또 다른 장교가 덧붙였다.

그러나 루게릭 대위는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이미 뻐꾸기 분대의 실종과 알 수 없는 적에 대한 공포로 인해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였다.

"시간이 없다. 뻐꾸기 분대가 실종된 지 몇 시간이 지났다. 이대로 기다리면 우리도 당할 것이다. 대책 따윈 필요 없다. 
즉시 출동하라!" 루게릭 대위는 권위적인 목소리로 명령을 내리며 이를 더 이상 논의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결국, 부하 장교들은 루게릭 대위의 명령에 따라 부대를 편성했다. 80명 중 일부 경비병력을 본부에 남기고, 나머지 
병사들은 낭트의 어두운 골목과 폐허 속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본부 근처의 건물과 굴에서 마주친 끔찍한 적과 직면하게 되었다.

첫 번째로 나타난 것은 '전투 벌레-2형(기라시스)'였다. 거대한 크기의 벌레들이 건물 안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빠르고 날렵하며, 마치 본능적으로 인간을 노리고 있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기라시스의 이빨은 강철도 부술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로웠고, 그들의 육중한 몸은 수색대원들을 압도했다.

"저건 대체 뭐야!?" 한 병사가 절규하며 총을 난사했다. 그러나 총알은 그들의 단단한 껍질에 튕겨나갔다.

이어진 공격은 '전투 벌레-1형(모노시스)'였다. 수천 마리의 작은 벌레들이 굴에서 쏟아져 나왔다. 이 벌레들은 작고 
빠르게 움직이며, 대원들의 몸을 감싸고 물어뜯었다.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혼란에 빠졌고, 금세 벌레들에게 
잠식당했다.

"후퇴하라! 전원 후퇴!" 카스트로 중위는 절망적으로 외쳤지만, 벌레들의 물결은 그들에게서 도망갈 시간을 주지 
않았다. 병사들은 하나둘씩 그들의 먹이가 되었고, 순식간에 전멸 상태에 이르렀다.

"본부… 본부 응답하라!" 통신병이 무전을 시도했지만, 굴과 건물 안에서는 전파가 잡히지 않았다. 통신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고, 수색대는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상태였다.

전투는 점점 더 끔찍해져갔다. 벌레들은 대원들을 끊임없이 덮쳤고, 그들의 비명소리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본부 근처에서 시작된 이 전투는 결국 수색대 전체가 벌레들에 의해 전멸하는 결과로 끝이 났다.

루게릭 대위는 무너진 본부에서 홀로 남아있었다. 그는 더 이상 병력을 지휘할 수 없었고, 스스로의 판단이 초래한 
파멸을 느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중반부-3: 본부 방어전]

동굴 외부에서 벌레들을 조우한 부대들은 필사적으로 본부에 무전을 시도했다. 통신병은 부서진 무전기를 고쳐가며 
마지막 순간까지 신호를 보냈고, 결국 본부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본부! 여기 알파 분대... 벌레다... 엄청난 수의 벌레가... 전원이 전멸... 지원 불가... 조심해라... 그들은...!" 통신은 
끊어졌고, 그들의 마지막 메시지는 절망적으로 끝났다.

본부의 지휘관인 루게릭 대위는 벌레들의 실체를 전해 들으며 충격에 빠졌다. 그는 잠시 말을 잃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남은 병사들에게 방어전을 준비하라고 명령했다.

"지금 우리에게 남은 건 단 8명이다. 나를 포함해서. 하지만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본부를 사수해야 한다." 
루게릭 대위는 단호하게 말했다. 병사들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어렸다. 그들은 그가 시키는 대로 방어선을 구축했지만, 
마음속에는 불안과 공포가 가득했다.

"대위님, 이게 의미가 있을까요?" 병사 중 한 명, 마르코스 상병이 나지막히 물었다.

"우린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 성(샤토 데 두크 드 브르타뉴)은 마지막 방어선이다. 적들이 여길 뚫으면, 우리는 모두 죽는다. 
하지만 여기서 버티면... 혹시라도 지원이 올지도 모른다." 루게릭 대위는 의지를 다지며 병사들을 독려했다.


밤이 찾아오자, 벌레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성의 성벽을 타고, 창문을 두드리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울렸다. 
벌레들은 마치 끝이 없는 물결처럼 몰려왔다.

"놈들이 온다! 준비해!" 루게릭 대위는 목소리를 높이며 병사들에게 외쳤다. 병사들은 총을 겨누고 한 손에 수류탄을 쥐었다.

첫 번째 벌레들이 성문을 부수고 들어왔다. 총탄이 날아들었지만, 벌레들은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왔다. 방어선이 점차 
밀려나기 시작했다.

"하나씩 처리해! 절대 물러서지 마라!" 루게릭 대위는 총을 쏘며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벌레들과의 전투는 점점 격렬해졌다. 
병사들은 하나둘씩 쓰러졌고, 남은 병력도 지쳐갔다.

"대위님! 더는 못 버팁니다!" 마르코스 상병이 외쳤다.

그때, 이지 병장이 조용히 방어선을 빠져나갔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전장을 바라보다가 혼란을 틈타 성문 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지 병장, 어디 가는 거야!?" 한 병사가 그를 발견하고 소리쳤지만, 이지는 멈추지 않았다.

"살고 싶다면 날 따라와." 이지 병장은 남은 병사들을 뒤로 하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의 배신으로 방어선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방어하던 병사들이 동요했고, 그 틈을 타 벌레들이 본부로 몰려들었다.

"안 돼! 이지, 이 배신자!" 루게릭 대위는 이를 갈며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벌레들은 방어선을 완전히 돌파했고, 남은 병사들은 
하나둘씩 벌레들의 먹이가 되었다.


루게릭 대위는 마지막 남은 탄창을 장전하며 눈앞의 벌레 무리를 향해 총을 쏘아댔다. 그의 옷은 이미 찢겨져 있었고, 
얼굴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는 모든 병사들이 전멸한 것을 목격했지만,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있었다.

"끝까지 싸운다!" 루게릭 대위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벌레들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눈앞에는 끊임없이 밀려오는 
벌레들뿐이었다. 한 마리, 두 마리... 아무리 쏴도 벌레들의 물결은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탄약이 다 떨어지고 그의 무기는 쓸모없어졌다. 루게릭 대위는 총을 버리고 근처에 있던 칼을 집어들었다. 
벌레 한 마리를 베어내고, 또 한 마리를 찔렀다. 그러나 그의 힘도 점차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벌레들은 그의 주변을 완전히 둘러쌌다. 발밑에서 기어오르는 벌레들이 그의 다리를 물어뜯고, 등 뒤에서 갑자기 날아든 
벌레들이 그의 팔을 물어뜯었다. 루게릭 대위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지만, 끝까지 칼을 휘둘렀다.

"이게 끝이라니..." 그의 몸은 점점 벌레들에게 먹혀가고 있었다. 모든 것이 느리게 느껴지는 그 순간, 루게릭 대위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이 하나도 없는 어두운 하늘이었다. 프랑스는 이미 멸망했고, 이 성은 그의 최후의 전장이 되었다.

"나는 여기서 죽는다..." 그의 머릿속에는 그가 남기고 온 미국의 가족들과 친구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싸웠다." 
그가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불현듯 그의 앞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어두운 그림자가 벌레들의 무리를 뚫고 성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루게릭 대위는 마지막 남은 힘으로 눈을 부릅떴다. 그 그림자는 약 170cm의 크기를 가진 파리의 형상처럼 보였다. 
그 파리는 왕처럼 근엄하게 기어왔다. 그것은 보통의 파리가 아니었고 단순한 파라의 모습도 아니였다. 그것은 '파리의 형상을 
한 이상한 벌레'였다.

"하늘의 사람들이…." 그가 마지못해 중얼거렸다. 그 순간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하늘의 사람들이 모든 것을 
잡아먹을 거에요."

루게릭 대위는 그림자가 점차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다가 마지막으로 칼을 휘두르려 했지만, 그의 손은 이미 힘을 
잃었다. 벌레들과 벌레의 왕의 그림자는 점점 그를 집어삼키기 시작했고, 그의 의식은 서서히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성 안에는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벌레들의 무리가 본부를 완전히 장악했고, 남은 것은 찢겨진 시체들과 
죽음뿐이었다. 낭트는 이제 완전히 침묵 속에 잠겼다.








[결말부: 미로와 '가능공주']

이지병장은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문지르며 어둠 속을 뛰었다. 그의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였다. 배신을 
저지르고, 동료들을 버리고 혼자 살아남기 위해 탈출구로 도망친 자신이 한순간에 스스로가 겁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그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탈출용 지하 터널에 진입했을 때,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가 그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터널의 중간 지점에서 발견한 것은 바로 
그 여자아이와 장님이 된 여자였다.

"무슨 일이야?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이지병장은 헐떡이며 장님 여자를 향해 물었다. 그러나 그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장님이 된 여자는 소녀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이지병장은 그 말이 무엇인지 들을 수 없었다. 다만 소녀는 
갑자기 얼굴에 공포를 띠며 남자의 시선을 피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딜 가는 거야?!" 이지병장은 소녀를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소녀는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남겨진 
이지병장은 장님 여자를 향해 다가갔다. "너... 무슨 말을 한 거야?" 그는 다그치듯 물었지만, 여자는 그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천천히 주머니에서 번쩍이는 단검을 꺼냈다.

"이봐, 무슨 짓이야!" 이지병장이 외치기 무섭게, 여자는 자신의 가슴을 단검으로 찌르며 고통스럽게 몸을 웅크렸다. 
피가 그녀의 옷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고, 그녀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서 생명이 다했다. 이지병장은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충격을 받았지만, 그럴 시간도 없이 벌레들의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젠장할..." 이지병장은 죽은 여자를 뒤로하고 터널의 깊숙한 어둠 속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터널 끝으로 
다가갈수록 소름 끼치는 기분이 들었다. 점점 더 차가워지는 공기 속에서 그는 한 가지 이상한 기운을 느끼기 
시작했다.

터널의 끝에서 그를 맞이한 것은 소녀였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결코 어린 소녀의 천진난만한 
미소가 아니었다. 그녀의 등 뒤에서는 날개가 자라나 있었고, 이지병장은 그 광경을 보며 얼어붙었다.

"네가... 네가 한 짓이냐?" 이지병장이 겨우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러나 소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날개를 펼치고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마치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존재처럼.

그 순간, 이지병장은 뒤에서 다가오는 무언가를 느꼈다. 고개를 돌리자, 벌레들이 터널을 가득 메우고 그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는 온몸이 떨리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섰지만, 벌레들은 이미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비명은 
터널 속에서 메아리쳤다.

소녀는 그 장면을 조용히 지켜보며 웃고 있었다. 이지병장이 산 채로 벌레들에게 잡아먹히는 순간, 그의 눈앞에서 
마지막으로 보인 것은 소녀의 미소였다. 그리고 소녀는 작은 소리로 웃었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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